서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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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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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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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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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도킨스 저/ 김산하, 최재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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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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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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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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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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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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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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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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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148*2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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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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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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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찡 가와이하다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내
‘투사’가 진중권이라면, 해외
‘투사’는 단연 도킨스이다.
전자가 정치적/문화적 투사라면 후자는 종교적/과화적
투사일 것이다.
이미 70년대에 20대의 젊은 나이로 ‘이기적
유전자’를 발표해 일약 스타가 된 도킨스이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것은 역시 ‘만들어진 신’이 번역되어 소개된 이후일 게다. 나 역시 그 덕분에 도킨스를 알게 되었고, 도킨스의 통쾌하고도 명료한
종교 비판에 흠뻑 매료되었다. (그리고 명목상 불교신자이던 나는 본격 무신론자가 되었다.)
내가 진중권과 도킨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통해 내 인생관, 각각 정치관과 종교관을 확 바꾸는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유이한 저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들, 좋은 문학들도 내 인생에 천천히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이 두 저자처럼 직접적이고 즉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경우는 없었다.
이후 이기적인 유전자를
포함한 다른 책들을 읽고, 대니얼 대닛을 읽고, 데이비드
버스를 읽고,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읽고, 비글호 항해기를
읽고, 최재천을 읽고, 장대익을 읽고,,, 특히 도킨스와 ‘비슷한’지점에
있는 진화 심리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찰지고 깨알 같은 ‘독서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듬뿍 맛보기도 했다.
이기적 유전자 이후, 만들어진
신 이전
사실 ‘무지개를 풀며’를 지금에서야 읽은건 한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이 1999년이니, '이기적인 유전자' 의
20년 후이자, ‘만들어진 신’의 7년 전에 나온 책이다. 도킨스의 저작 리스트를 연대기적으로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이기적인 유전자로 진화와 유전자의 역할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제목만 보고 평하는’왜곡된 비판과 ‘지적 설계론’이라는, 돌아온
창조론을 논박하다가 결국 ‘만들어진 신’을 통해 창조론의
허구 뿐 아니라 종교의 해악을 낱낱이 파헤쳐버렸다. 그리고 이후 ‘지상
최대의 쇼’진화론이 왜 ‘가설’이 아니라 ‘이론’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흐름을 보면, 이기적인 유전자 출간 이후 20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 이 책에서도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사람들의 ( 제목 이외의 본문을 읽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운) 오해를 풀고자 하는 부분을 보면 그가 측은해지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클릭)를 보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다윈과
도킨스의 이론을 완전히 곡해하며 ‘협력’이 새로운 주장인
양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저자가 뻔뻔했던 건지, 아니면
출판사가 책 선전을 위해 철판을 깐 건지는 모르겠으나 참 씁쓸한 책 소개였다.
과학 예찬 ; 과학도 시가
될 수 있다.
'무지개를 풀며'는 한마디로
‘과학 예찬’이다. 그리고
도킨스의 투사적 기질도 담뿍 담겨있다. 도킨스의 팬인 나조차 어떤 대목에서는 거북함을 느낄 정도로. 하지만 과학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도킨스의 강의를 따라 가는 건 충분히 즐거운 지적 여행이다.
책의 첫 머리는 뉴턴의
분광 프리즘이 무지개의 신비를 풀어헤쳐버려 무지개의 시상이 죽었다고 한탄한 존 키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도킨스는
과학이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고 그것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에서 더 큰 아름다움과 시상을 느낄 수 있다고 역설한다.
도킨스가 과학 예찬을 하며 맞서는 것은 과학이 시상을 죽인다고 생각했던 문필가들, 반과학적인
유명인사나 언론들, 과학을 이데올로기의 하나로 환원시키려는 인문학계의 좌파들 등이다. 도킨스는 전선을 넓히고 전방위 포격을 퍼붓는다. 과학에 대해 무지한
것을 일종의 우월함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과학을 무조건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아이들에게 일단 과학과 친숙해지게 하려는 교육법 역시 비판 대상이다.
물론 도킨스가 과학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두고 그 비판자를 향해 비수를 날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킨스는 문필가들이 과학을 조금만 더 이해했다면
더 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아름다운 과학’에
대한 강의를 시작한다. 뉴턴으로 시작한 ‘무지개 풀어헤치기’는 별빛을 바코드화시켜 다른 행성에 대해 알게 해주었으며 이를 통해 우주의 신비를 알려주었다. 소리의 주파수 역시 과학을 통해 더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DNA의 신비는 아름다우면서도 매우 실용적인데도 아직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당시 아직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이전이었다.) 그리고 점성술, 사이비 마법, 신비주의, 미신적 사고 등을 구체적 예를 통해 풀어헤치며 조소한다. 책의 후반부는 도킨스의 전공영역으로 돌아와 진화 생물학에 대한 설명인데, 생물학을 통해 발견한 인체구조가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를 말하고 있다.
지식의 즐거움, 조소의 통쾌함
도킨스는 여러 비유나 예시를
통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책에 재미를 부여한다. 지구의 역사적 시간의 거대함을 우리가 피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위해 양팔을 벌려 오른손 끝이 지구의 시작이고 왼손 끝이 지금이라고 한다면 우리 선조인 호모 에렉투스는 왼손 가운데손가락 손톱의
절반부분 정도라고 예를 들거나, 한 방에 23명이 같이 있을
때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라는 것을 확률적 계산으로 보여주며 ‘기적’의 실체를 파헤치는 등이다.
때로 어느 부분들, 점성술이나 별자리 등을 공박하는 부분에선 약간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언론들이
별자리 점을 싣는데 대해서까지 날 선 비판을 가하는데, 사실 별자리 점을 보는 사람 중 그걸 실제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부분에서 꼬장꼬장한 딸각발이를 연상하게 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일까? 하지만 도킨스는 별자리로 모든 사람을 12종류로 나누는 것은 인종이나
국적으로 사람을 나누어 성향을 말하는 것만큼이나 큰 폭력이라고까지 본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도킨스가 예시로 별자리 대신 국적을 집어넣고 쓴 대목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은 도킨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그런 유머러스한 예시뿐 아니라 그가 스스로 말하듯이 ‘도그마적인
회의주의’는 경계한다는 사실이다. 그가 다른 책에서도 밝힌
일화, 도킨스의 학창시절, 자신의 이론의 오류를 지적한 다른
교수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청한 은사의 일화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도킨스는 반박과 오류 지적에 가장
열려있으며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 패러다임의 논리야말로 과학의 장점이며 그 때무에 과학은 교조적인
회의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과학이 불러오는 시정과 아름다움과,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사고’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뒤늦게 이 책을 읽으며 도킨스가 왜 ‘만들어진
신’을 썼는지 어느 정도 추정해볼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마 한국의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난것도 대부분 만들어진 신 이후였을 것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99년이었으나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2008년이다. 아마도 ‘만들어진 신’의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소개된 것일 터이다. 이후 도킨스의 책은 거의 번역되 나오는 것을 보면 다행이다. 종교인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애독가로서 도킨스의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가 된다.

오..사실 별자리점 진짜 믿는 사람으로서 흥미가 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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