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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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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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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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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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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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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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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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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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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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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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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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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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148*2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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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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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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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7년의 바화화하함이여~
팟캐스트 방송 빨간 책방 ‘1회’에서 천명관의 ‘고래’의
카운터 파트너로 선정된 책이 바로 정유정의 ‘7년의 밤’이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영화판에서 불쑥 문학판으로 뛰어들어 전혀 새로운 형식의 찰진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고래’와 함께 거론되는 걸까?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정유정은 거꾸로 해도 정유정 ‘7년의 밤’을 통해 고도로 직조된 이야기를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이
쏟아낸다. 가상의 공간인 S시와 세령댐은 실제 한반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공간감을 뽐내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캐릭터 역시 각자의 인생의 궤적과 합치되며 자연스럽다. 특히 인물의 과거사를 통해 현재 인물의 성격을 에둘러 설명하는데, 구질구질하지
않은 생활감이 설득력을 더한다. 2군을 전전하다 은퇴한 야구선수, 술집
작부 밑에서 자라며 생활력과 근성을 가지게 된 여자, 대지주의 아들로 비뚤게 자란 치과의, ‘악어’출신 소설가 지망 보안요원 등등.. 이들의 개인사가 드러날 때마다 독자는 현재 나타나는 인물들의 성격에 대해 수긍하게 된다.
이러한 치밀한 세계관이 이 작품이 가지는 장점 중의 하나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며 얼마나 많은 준비와 취재를 했을 지가 자연스레 느껴지는데, 작가의 말을 보면 검찰 수사관, 잠수교관, 토목시공기술사, 댐 운영관리원 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뻔질나는 취재가 있었으리라. 그런 만큼 이 소설의
치밀함은 여러 방면으로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핵심 축은 ‘세령호’라는 공간적 배경이며, 그 공간을 둘러싼 배경에 인물들이 와서 붙고, 그 인물들의 삶이 쌓아온 배경이 사건을 추동 하는 식이다. 작가가
어느 순서로 이야기를 써나갔을 지는 알 수 없으나, 완성된 소설의 구조는 ‘세령호’라는 구심점 주위를 (자의든
타의든) 맴도는 사건과 인물들의 흔적이다.
작가의 볼배합
아마 이 책의 독자들에게 ‘사건의
발단’을 물으면 제각기의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세령댐
건설’, ‘오영제의 폭력’, ‘현수의 음주운전’, ‘은주의 닥달’, ‘은주의 30평
아파트를 향한 열망’, ‘현수의 시신 유기’, ‘오영제의
비정상적인 권력과 의지’, 어쩌면 ‘마티즈의 야광해골’까지도. 그만큼 이 소설의 사건과 요소들은 우연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유기적으로 맞물려있다. 한 인물의 어느 특성이 다른 인물이나 사건을 자극하고, 또 그 결과가 또 다른 자극을 야기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이 사건에 말려들 수 밖에 없었던 승환의 경우다. 그는 ‘악어’(시체 인양부)질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도우며 자랐으며, 해난구조대를 전역하고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계속 한다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글을 쓰고 싶어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배경이 겹쳐진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1년 계약직으로 세령댐 보안요원으로 취직한다. 안개가 자욱이 끼는 인적 드문 호수에서 글쓰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의 창작욕을 자극한 것은 세령댐으로 인해 세령호 밑바닥으로 수몰되어버린 마을이었다. 승환이라는 인물이 사건 시간에 그곳에 있기 위한 장치로 그의 잠수부 전력과 작가지망생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도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쿠버 다이빙에 대해 꽤 자세한 전문적 설명이 제시되며, 이후 서원도 배우게 된다. 사건에 필요한 배경을 그냥 붙여놓고 끌어다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세하게 설명되고 재이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사건에 말려들 수 밖에 없었던 승환의 경우다. 그는 ‘악어’(시체 인양부)질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도우며 자랐으며, 해난구조대를 전역하고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계속 한다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글을 쓰고 싶어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배경이 겹쳐진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1년 계약직으로 세령댐 보안요원으로 취직한다. 안개가 자욱이 끼는 인적 드문 호수에서 글쓰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의 창작욕을 자극한 것은 세령댐으로 인해 세령호 밑바닥으로 수몰되어버린 마을이었다. 승환이라는 인물이 사건 시간에 그곳에 있기 위한 장치로 그의 잠수부 전력과 작가지망생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도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쿠버 다이빙에 대해 꽤 자세한 전문적 설명이 제시되며, 이후 서원도 배우게 된다. 사건에 필요한 배경을 그냥 붙여놓고 끌어다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세하게 설명되고 재이용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 소설에
나오는 핵심 요소들이 맞물리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그 요소들이 딱딱 맞아떨어지며 자연스럽게 진행되어가는데
대한 쾌감이 크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중독성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댐이나 잠수에 관한 전문적인 설명이 나오든, 등장인물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든 지루할 틈이 없다. 중요한
부분마다 시니컬한 블랙유머로 글이 구질구질하게 흘러가는걸 막는 필치가 또한 이 작품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비유들이나 등장인물의 대사는 빵 터지진 않더라도 미소 짓게 만드는 재치가 있는데, 이는 독자가
너무 비극적인 감정이 되거나 들뜨지 않고 감정유지를 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돕는다.
잘 직조된 이야기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현수가 사택을 둘러보러 왔다가 세령이를 치고 시신을 세령호에 유기한다.
오영제는 결국 현수가 범인인을 알고 복수극을 벌인다.
영제, 은주 등이 사망하고
현수가 죄를 뒤집어쓴다.
서원과 승환은 사건이 알려진 곳을 피해 떠돈다.
가는 곳마다 사건 내용과 서원이 살인범의 아들이라는 기사가 배달된다.
알고 보니 영제는 죽지 않았다.
영제는 현수의 사형 집행일에 맞추어 서원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7년 간)
그러나 이를 간파한 현수의 마지막 작전에 걸려 결국 잡히고 만다.
이 얼마나 김 빠지고 밋밋한가? 이렇게
최대한 간략하게 뼈대만 세워놓으면 너무도 재미 없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작가의 손을 거쳐 이 뼈대는
휘몰아치는 서사의 파도로 탈바꿈한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 소설은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일단 구성을 통해 ‘현재’이야기가 펼쳐지며, 승환의 실종과 함께 서원이 승환의 소설파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7년 전 사건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를 통해 진실을 깨달은 서원이 바로 현재가 그 소설의 대단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며, 그것이 이야기의 결말을 여는 행위가 되는 구성이다.
물론 상술한 이야기의 뼈대는 작중 차츰 차츰 밝혀지며, 나머지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메워져 있다. 중반 이후까지 사건에 대해, 그리고 사건 이후 서원과 승환을 괴롭히던 정체불명의 사람에 대해 많은 부분이 의문인 채로 남는다.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성격 형성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의문들이 차츰 풀려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사실상 액자식 구성에 가까운데, 사건에 대한 서술 대부분이 승환이 정리한 세령호 문서파일을 통해 서술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승환이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사건 관련자들을 묘사한 것을 보며 ‘승환이 범인이거나 어떤 큰 비밀을 쥐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메타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일단 구성을 통해 ‘현재’이야기가 펼쳐지며, 승환의 실종과 함께 서원이 승환의 소설파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7년 전 사건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를 통해 진실을 깨달은 서원이 바로 현재가 그 소설의 대단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며, 그것이 이야기의 결말을 여는 행위가 되는 구성이다.
물론 상술한 이야기의 뼈대는 작중 차츰 차츰 밝혀지며, 나머지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메워져 있다. 중반 이후까지 사건에 대해, 그리고 사건 이후 서원과 승환을 괴롭히던 정체불명의 사람에 대해 많은 부분이 의문인 채로 남는다.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성격 형성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의문들이 차츰 풀려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사실상 액자식 구성에 가까운데, 사건에 대한 서술 대부분이 승환이 정리한 세령호 문서파일을 통해 서술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승환이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사건 관련자들을 묘사한 것을 보며 ‘승환이 범인이거나 어떤 큰 비밀을 쥐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메타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아무튼, 작가는 치밀한 취재와
인물 형성, 필체, 형식적인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세령호
사건을 남김없이 전 각도에서 빨대를 꽂아 알차게 흡입한다. 그 결과,
이렇게 탄탄한 소설이 탄생했다. 재미와 흡인력, 중독성
면에서 아마 한국 문학계에 길이 그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당연히?) 영화화가 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볼 수 있다는게 기대되는데, 제대로
영화화 하려면 꽤 힘들고 품도 들 텐데 잘 될까 하는 걱정이.
약간은 아쉬운 결말
훌륭한 작품인 만큼, 작은
단점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데, 결말의 오영제에 대한 역습 부분이 작품 전체의 톤에 비해 조금 미약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미 소설 중∙후반 무렵이면 이미
독자는 오영제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것이고, 그 이후, 즉
승환의 텍스트 바깥 ‘현재’의 서원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소설의 대단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이 현수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반전이며, 이 소설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왠지 좀 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이 소설이 마지막까지 쌓아 올린 것에 비해, 대단원
부분은 좀 허무하다. 운동화는 중간 중간 등장하는 장치이지만 결정적인 한 수로 이용되기에 약한 느낌이며, 현수의 결정구가 되기에도 허전하다. 승환의 대응 역시 그렇고, 서원이 무턱대고 등대에 올라 뛰어내리려 한 것, 그리고 이후의 전개
역시 그렇다.
결말까지 오기 위해 치밀하게 직조한 이야기가, 결말 부분에서 급하게 대충 마무리 된다는 느낌은 나만 가지는 것일까? 굳이 눈 씻고 단점을 찾자면, 은주와 현수의 연애 시기에, 영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인데,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도 그런 식으로 긴 대사를 외우고, 그걸 처음 만나는데 서로 대화로 주고 받는 사람이 있을까? 자연스럽고 리얼한 묘사가 장점인 소설에서 딱 한 번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었다.
결말까지 오기 위해 치밀하게 직조한 이야기가, 결말 부분에서 급하게 대충 마무리 된다는 느낌은 나만 가지는 것일까? 굳이 눈 씻고 단점을 찾자면, 은주와 현수의 연애 시기에, 영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인데,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도 그런 식으로 긴 대사를 외우고, 그걸 처음 만나는데 서로 대화로 주고 받는 사람이 있을까? 자연스럽고 리얼한 묘사가 장점인 소설에서 딱 한 번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었다.
이야기가 훌륭한 만큼, 결말도
그에 걸맞을 만큼 더 훌륭하길 바라는 ‘욕심’인 것은 확실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아버지의 묘비명을 적은 후 영정을 들고 차에서
내려 그를 향한 카메라 세례, 그 ‘세상’과 맞서는 서원의 모습은 가슴 찡한 명장면이다.
차기작을 기다리며
책 뒷 표지에는 박범신 소설가가 정유정을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으로, 조용호
소설가가 ‘작가의 에너지가 경이롭다’고 평하고 있다. 그냥 공치사는 아니란걸,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빨간책방’ 스태프가 (아니면
두 임자가?) 고래와 함께 이 소설을 택한 이유 역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고래’가 토속적이고 차지다면, ‘7년의
밤’은 현대적이고 단단하다.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이런 식으로 문학계의 중심에서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진 소설들이 주류문단에 등장하고 호응을 얻는걸 보면 기쁘다.
한국 추리문학이 거의 사장된 상태니만큼, 이렇게 문단 주류에서 미스터리 요소를 적극 수용한 소설들이 나오는 게 반갑달까. 또한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지루할 틈 없는 흥미진진함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작가가 공들여 형성한 인물들은, 현대사회 한국인의 그 어떤 부분을 대변한다. 사건의 크기에도 눌리지 않는 이 인물들의 생동감, 그리고 어떤 기로에서 이 인물들의 선택이, 이 작품이 ‘문학’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국 추리문학이 거의 사장된 상태니만큼, 이렇게 문단 주류에서 미스터리 요소를 적극 수용한 소설들이 나오는 게 반갑달까. 또한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지루할 틈 없는 흥미진진함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작가가 공들여 형성한 인물들은, 현대사회 한국인의 그 어떤 부분을 대변한다. 사건의 크기에도 눌리지 않는 이 인물들의 생동감, 그리고 어떤 기로에서 이 인물들의 선택이, 이 작품이 ‘문학’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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